교실 속 생각들

“아 쌤! 팀플 도대체 왜 해요?”

고개들어별보기 2024. 1. 6. 23:13

                    “하…선생님들은 왜 자꾸 팀플을 시키는 거야. 무슨 의미가 있길래?” 팀플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팀플은 ‘팀프로젝트(Team project)의 줄임말로, 교육공학에서는 ‘PBL(Problem-Based Learning)’이라고 부른다. 팀플은 학교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만, 이 수업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양분된다. 팀플을 선호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팀플을 큰 부담으로 여기는 학생들도 있다. 당신은 팀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팀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몰입하고 있는가? 팀플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과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도 아니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업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생각이 어떻든, 팀플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1] 그렇다면 선생님들이 강의식 수업을 줄이고, 팀플을 늘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팀플을 활용하면 선생님의 수업 부담이 적어져서? 아니다. 학생들의 흔한 오해와 달리, 팀플은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지원하면서도 입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공교육의 교육 목표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팀플은 본질적으로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방식이며, 팀플의 효과는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팀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본인의 성장을 위해 팀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 깊이 생각하고관심사를 키울 수 있는 기회

                    몇몇 학생들은 팀플이 선생님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이며, 강의식 수업과 비교했을 때 팀플을 통해서 배워가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먼저, 팀플 활용 수업은 선생님들에게 편리한 수업 방식이 아니다.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들의 역할은 크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은 질문이 없는 편이다. 그러므로 선생님은 한번 강의를 준비 하고 나면 그 후부터 매년 내용을 크게 수정할 필요 없이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팀플 수업의 경우에는 수업 중 학생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선생님이 수업 중 신경써야 할 변수가 많다. 이 때문에 팀플 수업을 운영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수업 전부터 무임승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 중 학생들의 질문과 발표 내용에 따라 즉각적으로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젝트 주제 관련 지식을 미리 학습하는 등 강의식 수업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팀플 수업은 선생님에게도 편한 길은 아니다. 

                    그리고 팀플은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처럼 선생님이 수업의 중심이 아니다. 이 때문에 팀플은 학업 성취도와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팀플을 통해 강의식 수업과 비슷한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차적원적인 사고능력을 활용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실제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김부열, 박윤수(2016)가 대구광역시 소재 2개 중학교에서 2015년 가을학기 중 팀플을 시행한 후 분석한 결과, 팀플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 또는 인지능력을 하락시킨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2] 오히려 학생들은 팀플의 과정 속에서 고차적인 사고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학생들은 프로젝트 주제 선정부터 본인들이 선정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발표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창작하기’, ‘평가하기’, ‘분석하기’와 같은 고차적인 인지능력을 활용하게 된다. 특히, 현대사회의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며, 고차적인 인지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팀플은 학생들이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실제적인(authentic)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수업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팀플은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이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수업의 구성에 따라 진행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학생들은 수업 시간 중 팀플을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특히, 학생이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할 수 있는 수업의 경우에는 개인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있게 파고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소 관심이 없던 주제도 팀플을 통해 깊이있게 조사하다보면, 본인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팀플을 무작정 기피하기 보다는 팀플을 활용해서 관심사를 확장하고, 깊이있는 지식을 쌓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팀플에 관한 학생들의 주요 우려 중 하나는 평가의 공정성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점수를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이와 별개로, 내성적인 학생들은 팀플에 대한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일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학습 위주의 수업 구성을 제안하지만, 이는 학생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내성적인 학생들에게 팀 프로젝트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내성적인 학생들에게 필수적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인간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이러한 기술은 학교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이주호 등이 실시한 연구(2016)는 대구의 두 중학교에서 팀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교우 관계를 강화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 수준을 향상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는 팀 프로젝트가 내성적인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더 쉽게 적응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아가, 우리는 팀플 활동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재고해봐야한다. 각 팀원의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까? 개별 학생은 제각기 다른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팀에 기여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만약 한 팀원이 브레인스토밍 중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다른 팀원이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기여했다면, 이들의 기여도를 어떻게 정량화 할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실제 직장 환경에서도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평가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팀 프로젝트를 통한 성장과 배움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학생 본인의 성장에 있어 더욱 건설적인 관점이 될 것이다.

공교육의 교육목표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

                    팀플 활용 수업의 증가는 학생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입시 경쟁으로 인해 변질된 우리나라 공교육의 목표와 의미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 문제는 입시 경쟁이다. 입시 경쟁은 학생들을 동기부여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와 사교육 업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교육의 의미를 오염시켰다. 본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이란 개인이 지닌 타고난 능력이나 가능성을 끌어내 성장하도록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3] 예컨대, 우리나라 2022 개정 교육과정(중학교) 총론은 교육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경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교육을 ‘남들보다 돈 잘 버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소 평가하고 있다. 즉, 교육의 목표를 경제분야에 필요한 인적 자원 양성으로 축소해서 바라보는 소박한 교육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교육관의 변질은 학교를 ‘입시학원’화 한다. 학교에서 당장 학생들의 ‘스펙’에 도움되지 않는 교육 내용은 경시되고, 수업시간은 시험에 나오는 정보와 시험 전략의 효율적인 전달을 목표로 강의식 수업과 개별 학습으로 채워진다. 또한, 고부담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 중 열린 질문보다는 닫힌 질문을 자주 활용한다. 그리고 이런 교사의 화법은 학생들로 하여금 전문가만이 지식을 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한다.[4] 이뿐만 아니라, 입시 경쟁은 개인주의를 확산시키며, 학교 현장의 공동체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2025년에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고등학교 현장에서 담임 제도가 변화한다. 더이상 담임 교사가 행정단위의 물리적인 학급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10명 내외의 학생을 배정받아 지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아니면 더이상 본인과 다른 계층, 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질 집단과 교류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은 사교육과 차별화되는 공교육의 역할과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에 대해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팀플의 적극적인 활용은 세가지 지점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를 지켜내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팀플은 교내 학생 간 상호작용을 증가시켜 교실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다음으로, 선생님들은 팀 간 경쟁과 팀 내 협력의 조화가 이뤄지는 팀플 수업을 통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민주 시민 양성에 기여한다. 이에 더해, 선생님들은 팀플 활용을 통해 교실 속 이질 집단 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권장하여 학생들이 활발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사회 통합에도 기여한다.

                    이처럼 팀플은 학생들이 인지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역량에도 큰 도움이 되는 수업 방식이다. 또한, 입시 경쟁 속에서 변질된 교육의 의미를 되찾아 학교 안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회 변혁 운동의 일환이다. 물론 팀플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팀플의 과정 속에서 타인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관심사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더하려고 하는 등 본인의 성장에 집중한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팀플을 단순한 학교 과제가 아니라 본인의 성장 기회임을 인식하고 몰입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세심한 교수 설계와 주기적인 피드백 절차를 통해 학생들 간의 마찰을 줄이고, 개별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듯 교육의 주체들 간의 상호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팀플은 그 진정한 효과와 가치를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이다.


[1] 2013년과 2018년에 진행된 TALIS 결과를 비교해볼 때, 소그룹 활동의 경우는 27.4%p의 상승이 있었고 프로젝트 형식의 과제 부여도 17.4%p 증가하였다. (이동엽,2019: 136).

[2] 김부열·박윤수, 「프로젝트 학습이 학생의 인지역량에 미치는 영향」, 『프로젝트 학습을 통한 교육개혁』 연구보고서 2016-01, 한국개발연구원, 2016, p.198.

[3] 임병노, 『내일의 교육학』,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18, p.20.

[4] 최나은, 「중·고등학생의 인식론적 신념과 교실 대화 참여 및 경험의 상호적 관계」, 『화법연구』 44호, 한국화법학회, pp.12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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